'얼굴있는 밥상모임'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11.08 [첫번째 얼굴있는 밥상모임] 마치며
  2. 2010.10.20 "얼굴있는 밥상모임" 초대장 2
  3. 2010.10.12 "얼굴있는 밥상모임"을 준비하며

01234567
  


쌀쌀한 날씨에도 모임을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투박하지만 정성이 들어간 밥상에만 신경을 쓰고, 앉을 자리나 식기에는 세세한 신경을 못 쓴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거의 50명 정도가 참여했으니 부족한 시작이지만 오신 분들의 한마음 한마음이 남아 앞으로 조금씩 발전하는 모임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1. 목사님 큰 딸 친구들(동방신기펜)이 만들어 준 모임 제목 글씨

  (이것은 제가 앞으로 사용하려고 약간 손본 이미지입니다)

(하나 하나 손으로 써서 잘라낸 글씨를 붙여서 만듬. 정성이 모든 분들에게 감동을 줬어요)

부제로 "오늘 우리가 먹는것이 지금의 우리다" 라고 정했습니다. 
얼굴있는 밥상모임이 "우리가 아는 농부"의 재료만으로 밥상을 차리면서 한가지는 함께 느꼈으면 했던것이 이것입니다. 

"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누구인가? " 

너무 고상한 척하는 문구처럼 보이지만 현재를 살아가면서 누구나 하는 고민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사실 아래의 사진처럼 교보문고에 있는 글을 약간 응용한 것이고, 횡성의 여성농민회 분이 하신 말씀입니다. 밥상모임에 오신분 들은 한번 쯤 고민해 보셨으면 합니다.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 네가 자주 가는 곳, 네가 읽는 책들이 너를 말해준다" -괴테의 명언 변용- 평소 자주 만나는 사람들과 자주 가는 곳, 그리고 읽는 책을 보면 그 사람의 사람됨을 알 수 있다는 뜻.[교보문고]

2. 따듯한 정성을 담은 꾸러미 편지와 재료들

밥상을 준비하기위한 재료준비와 담당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수요일에 미리 모여서 꾸러미를 풀어 보면서 목사님은 따듯한 정성을 느꼈다네요.
(재료)
1. 제철꾸러미 : 전국여성농민회 우리텃밭의 제철꾸러미를 주문했어요.(아래이미지를 클릭)

갑자기 찾아온 반짝 추위에 온몸이 웅크려드네요. 아침에 하얗게 내린 서리를 보며 밤새 배추가 얼진 않았는지 살펴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요즘입니다. 벼베기 끝난 빈 논은 황량하게까지 느껴지고, 콩 거둬 터느라 집집마다 마지막 걷이 손길이 분주합니다. 앞산 뒷산 고운 색으로 갈아입은 것도 잠시, 벌써 낙엽이 지기 시작하는 것이 다가올 겨울을 예고해 스산함만 가득하네요.

     ≪ 이번 주 꾸러미는요 ≫

       텃밭 손두부 1모,    유정란 10알,    고들빼기 김치,    달래  

       시금치 혹은 배추,     현미찹쌀,       단호박,      오이지

◈ 텃밭 손두부 : 날이 추워지니 더 맛있는 텃밭 두부! 뜨거운 물에 데쳐 뜨끈뜨끈 김나는 두부를 묵은 김치 싸서 먹으니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합니다.

◈ 유정란 : 어기여차 유정란 오랜만이네요. 토종닭이 열심히 알을 낳고는 있지만 아직은 부족하고요, 어기여차에서 새로 들인 닭들이 낳은 유정란을 오랜만에 넣었답니다.

◈ 고들빼기 김치 : 고들빼기로 김치를 담그자니 손이 이만저만 가는 게 아니랍니다. 뿌리 채 쓰는 작물이라 깨끗이 다듬고 씻는 데 공이 많이 들었습니다. 하우스 안에서 키운 고들빼기덕에  봄을 맛보게 생겼네요. 쌉싸래한 것이 입맛 돋웁니다.

◈ 오이지 : 먹기 좋게 썰어서 물에 헹궈 꼬~옥 짠 뒤에(싱겁게 드시는 분들은 물에 담궈두는 시간을 조정하시면 되겠네요) 각종 양념으로 조물조물 무치면 오독오독 맛있는 오이지 무침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좋아하는 반찬이라 편지 쓰면서도 어서 먹어보고 싶어 침이 돕니다.

◈ 현미찹쌀 : 밥 지을 때 함께 넣어 지으니 쫀득쫀득한 것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밥맛이 10배쯤은 더 좋아집니다.

◈ 시금치 혹은 배추 : 이번 주의 국거리! 배추도 시금치도 연해서 바로 된장국 끓이시면 됩니다. 배추 속의 연한 잎은 쌈으로도 좋고요. 날이 추워지니 따끈한 음식을 자꾸 찾게 되네요.

◈ 달래 : 지금 철에도 달래를 먹을 수 있다니 놀랍지요. 캐 온 생산자도 이렇게 많은 달래를 캐 보긴 처음이라며 놀랐습니다. 된장찌개 끓일 때 제일 마지막에 넣고 한소끔만 끓이면 고유의 향을 진하게 느낄 수 있어요. 풋고추랑 잘 어울리니 함께 넣고 찌개 끓이시면 맛 좋아요.

◈ 단호박 : 쪄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단호박을 숟가락으로 떠 먹으면 아이들한테도 환영받는 최고의 간식이지요. 쪄서 껍질 벗겨내고 우유랑 믹서에 갈아서 끓인 뒤 소금간 약간만 하고 스프처럼 먹어도 좋습니다.

능이버섯이 고기를 먹고 체했을 때 달여 먹으면 소화제 역할을 했다는 거 알고 계셨어요? 석이는 물기를 제거하고 채로 썰어 김장 담글 때 넣으면 김치가 덜 물러져 사각거리는 맛을 유지하는 데 좋고, 음식물이 부패하기 쉬운 여름철 자연 방부제로도 활용됐다고 하네요.

역시 우리 조상들의 지혜는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지요. 저는 된장찌개나 김치를 먹을 때마다 조상들의 지혜로움에 감탄하고 감사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훌륭한 음식을 만들어냈을까, 된장이나 김치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늘 그럽니다. 오늘날 우리가 만드는 무언가도 먼 훗날 후손들이 그렇게 여겨줄 것들이 있을까요. 우리는 얼마나 지혜로움에 가까이 있을까요.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우리들의 삶이지만, 멀리 보는 혜안을 바라봅니다.

             2010. 11. 2  횡성텃밭공동체 가족들이 드립니다.

(이 꾸러미 편지는 우리의 맘을 더욱 따듯하게 해줍니다. 정성이 그대로 느겨지는 편지를 보면서 요리에 신이납니다)

2. 된장, 쌀, 토란 : 된장은 올해초 경희가 직접담근 된장이구요. 쌀은 제가 작년에 모내기하고 추수한 쌀입니다. 그리고 토란은 배형택선배부부가 직접 김포에서 키운겁니다.

(담당요리)
일단 제가 젤 쉬운 (밥, 배추 달래 된장국, 생두부)를 고르고, 목사님이 (계란말이, 계란찜, 오이지 무침)을 정하고 경희가 (토란탕, 제철채소로 만든 된장드레싱)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장록씨가 (고사리 단호박  비지전, 단호박과 고구마 찜)을 요리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필살기 고들빼기 김치를 내놓기로 했지요.

"있는 재료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여 요리하자" 

아자, 아자 화이팅!!!

3. 분주하지만 생각보다 늦여진 밥상

(압력밥솥에 일단 밥을 먼저 했습니다. 두개의 밥솥으로도 부족할 것이라는 걱정으로... 하지만 결론은 추가로 한번 더 한 밥은 다음날 점심까지 먹었습니다. 아마추어의 한계.. 양조절)
(즐거운 요리시간 토란탕과 단호박 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웃고 있지만, 토란을 까는 것에 많은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하지만 형택이형 부부가 김포텃밭에서 올해 수확한 토란을 이용한 요리는 오늘의 포인트 였습니다. 꼭 해야지요...)

(사람들은 들어 오고, 요리는 끝이나지 않고...바쁘다 바빠. 아 왜 이렇게 요리 종류를 많이 했지)

처음이라 없는 것은 왜 그렇게 많은 지... 일단 요리 종류가 많으니 불이 많이 필요한데 4개의 불로 요리를 해야했고, 큰 그릇이 없어서 버무리거나 요리가 끝나면 담을 곳이 없네요. 아무튼 오신 분들의 손이 모아지니 정리가 되네요.

" 1시간 이상을 기다리신 분들에게는 죄송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준비부족...  프라스틱 용기가 못내 아쉬웠습니다." 

4. 드디어 밥상 완성

(용기가 아쉽지만 드디어 완성... 40인분을 준비했습니다)

(아이들도 맛있게 먹어 주네요)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많은 분들의 손에 감사드립니다. 밥상은 차려졌고, 식사는 하셨고...
너무 늦은 밥상때문에 대부분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가신분들에게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더 단순하게 요리하고, 오신분들이 "영혼의 샤워"를 편하게 하는데 치중하겠습니다.

"얼굴있는 밥상은 오셨던 분들의 영혼의 샤워를 하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멋진 영혼의 목욕탕이 되도록 더 분발하겠습니다" 


5. 끝나지 않는 밥상모임이 술상모임으로 서서히 되어가다.


아침 9시30분부터 준비한 밥상은 저녁 8시반까지 계속 되었습니다. 꾸준히 방문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문을 닫을 수가 없었습니다. 함께 노래도 부르고, 다른 모임에 갔다가 다시 오신분도 있고... 밥상모임은 계속 되었습니다. 
다음 번에는 이 부분도 고려한 짧은 밥상이 되어야 겠네요. 
그 이후에도 이차는 계속되서 새벽 3시반까지 술을 드신 분들이 있었습니다.  

끝으로 이모임을 준비하며 고생하신 목사님, 경희, 장록씨와 재료를 보내주신 전국여성농민회, 장비를 빌려주신 용산연대, 장소를 제공하신 선한이웃교회에 감사드립니다.

Posted by 구라다

Posted by 구라다
벌써 서울 생활을 한지 20년이 되었다. 
3층짜리 빌라를 보면서도 두리번 거리고, 답답한 공기와 아는 사람없는 서울생활을 시작하던 그 해 봄엔 전철을 타고 인천 바다를 보러가는 것이 낙이었다. 대학교에서도 고등학교처럼 수업이 계속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오전 수업이 없거나 화요일에는 아예 수업이 없었다. 낯섬, 외로움, 답답함... 
사방이 산으로 둘러 싸인 촌에서 살아서 그런지 비린내 나고 바람부는 바다가 왠지 좋았다. 가슴이 탁트이고, 감상에 젖어 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바쁜 일상과 함께 사라졌다. 그 이후로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살면서 뭔지 모를 허전함이 있었다.

지금에 와서 보니 허전함의 하나는 '가마솥밥'이고, 또 하나는 '동네사람들'이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올해가 되어서야 그 허전함의 실체를 느꼈다. 왜 두가지가 그렇게 그리웠을까?

얼마전 "세상에서 가장아름다운 수학"이라는 책을 보았다.  그 중에서 [천재 수학자가 태어는 조건]이라는 장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보고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인간이 행복하기 위한 조건에 대해서도 연상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이것이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위의 두가지가 떠올랐다.
[천재 수학자가 태어나는 조건]
1. 겸손 : 신이든 자연이든 무엇인가에 한결같은 마음
2. 아름다움 : 아름다운 것을 많이 보는 것
3. 정신을 존중하는 것 : 물욕이 아니라 신심을 가지는 것
[인간이 행복한 조건-인문학이 풍성한 사회]
1. 자연이나 신에 대한 경외감 : 역사학
2. 문학이나 예술 작품에 대한 감동 : 문학
3. 관계에 대한 책임감 : 철학

해질녘 모내기를 할때 주린배와 퉁퉁부른 손가락, 아픈 허리를 참으며 느껴본 어두어지며 밀려오는 환희에 대한 추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백열등전구 밑에 멍석깔고 둘러 앉아 함께 먹던 가마솥밭의 맛이 그리워진다. 동네 이모 삼촌들이 막걸리를 마시며 부르던 흥겨운 가락도 떠오른다. 가을이 되어 타작을 할때 알곡이 꽉찬 벼를 씹을 때 느껴오던 '자연의 위대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도시라는 곳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었던 그 느낌들을 이 곳 서울에서 느끼고 싶었다. 아이들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때부터 우리동네에서도 이렇게 가마솥밥을 함께 해먹으며 아이들과 함께 노래가락에 흥겨워 하고싶다고 노래를 하고 다녔다. 그러던 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밥상혁명"이라는 책을 소개해 주었다. 

한숨에 읽어 내려간 "밥상혁명"은 또 다른 가르침을 주었다. 따듯한 추억의 가마솥밥을 먹는 것도 소중한 것이지만, 우리의 밥상을 지속 가능한 안전한 밥상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더 소중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밥상을 바꾸는 두가지 열쇳말
1.지역 먹을 거리 : 얼굴있는 먹을 거리
2.식량주권 : 소농을 살리는 식량자급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밥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얼굴있는 농부들이 만든 먹을거리를 지속가능하게 하는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조금더 구체적인 "얼굴있는 밥상 모임"을 해보자고 준비한다. 설레인다. 그리고 어려움이 많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웃이 되고, 함께 가마솥밥을 먹는 것과 더불어 꼬마 농부가 되어 도시농업도 해보는 꿈을 꿔본다.

매달 첫째주 토요일 오후 5시에 회비 5,000원과 숫가락과 젓가락을 들고 모이면 된다. 


Posted by 구라다
이전버튼 1 이전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