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찾아온 반짝 추위에 온몸이 웅크려드네요. 아침에 하얗게 내린 서리를 보며 밤새 배추가 얼진 않았는지 살펴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요즘입니다. 벼베기 끝난 빈 논은 황량하게까지 느껴지고, 콩 거둬 터느라 집집마다 마지막 걷이 손길이 분주합니다. 앞산 뒷산 고운 색으로 갈아입은 것도 잠시, 벌써 낙엽이 지기 시작하는 것이 다가올 겨울을 예고해 스산함만 가득하네요.
≪ 이번 주 꾸러미는요 ≫ 텃밭 손두부 1모, 유정란 10알, 고들빼기 김치, 달래 시금치 혹은 배추, 현미찹쌀, 단호박, 오이지 |
◈ 텃밭 손두부 : 날이 추워지니 더 맛있는 텃밭 두부! 뜨거운 물에 데쳐 뜨끈뜨끈 김나는 두부를 묵은 김치 싸서 먹으니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합니다.
◈ 유정란 : 어기여차 유정란 오랜만이네요. 토종닭이 열심히 알을 낳고는 있지만 아직은 부족하고요, 어기여차에서 새로 들인 닭들이 낳은 유정란을 오랜만에 넣었답니다.
◈ 고들빼기 김치 : 고들빼기로 김치를 담그자니 손이 이만저만 가는 게 아니랍니다. 뿌리 채 쓰는 작물이라 깨끗이 다듬고 씻는 데 공이 많이 들었습니다. 하우스 안에서 키운 고들빼기덕에 봄을 맛보게 생겼네요. 쌉싸래한 것이 입맛 돋웁니다.
◈ 오이지 : 먹기 좋게 썰어서 물에 헹궈 꼬~옥 짠 뒤에(싱겁게 드시는 분들은 물에 담궈두는 시간을 조정하시면 되겠네요) 각종 양념으로 조물조물 무치면 오독오독 맛있는 오이지 무침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좋아하는 반찬이라 편지 쓰면서도 어서 먹어보고 싶어 침이 돕니다.
◈ 현미찹쌀 : 밥 지을 때 함께 넣어 지으니 쫀득쫀득한 것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밥맛이 10배쯤은 더 좋아집니다.
◈ 시금치 혹은 배추 : 이번 주의 국거리! 배추도 시금치도 연해서 바로 된장국 끓이시면 됩니다. 배추 속의 연한 잎은 쌈으로도 좋고요. 날이 추워지니 따끈한 음식을 자꾸 찾게 되네요.
◈ 달래 : 지금 철에도 달래를 먹을 수 있다니 놀랍지요. 캐 온 생산자도 이렇게 많은 달래를 캐 보긴 처음이라며 놀랐습니다. 된장찌개 끓일 때 제일 마지막에 넣고 한소끔만 끓이면 고유의 향을 진하게 느낄 수 있어요. 풋고추랑 잘 어울리니 함께 넣고 찌개 끓이시면 맛 좋아요.
◈ 단호박 : 쪄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단호박을 숟가락으로 떠 먹으면 아이들한테도 환영받는 최고의 간식이지요. 쪄서 껍질 벗겨내고 우유랑 믹서에 갈아서 끓인 뒤 소금간 약간만 하고 스프처럼 먹어도 좋습니다.
능이버섯이 고기를 먹고 체했을 때 달여 먹으면 소화제 역할을 했다는 거 알고 계셨어요? 석이는 물기를 제거하고 채로 썰어 김장 담글 때 넣으면 김치가 덜 물러져 사각거리는 맛을 유지하는 데 좋고, 음식물이 부패하기 쉬운 여름철 자연 방부제로도 활용됐다고 하네요.
역시 우리 조상들의 지혜는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지요. 저는 된장찌개나 김치를 먹을 때마다 조상들의 지혜로움에 감탄하고 감사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훌륭한 음식을 만들어냈을까, 된장이나 김치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늘 그럽니다. 오늘날 우리가 만드는 무언가도 먼 훗날 후손들이 그렇게 여겨줄 것들이 있을까요. 우리는 얼마나 지혜로움에 가까이 있을까요.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우리들의 삶이지만, 멀리 보는 혜안을 바라봅니다.
2010. 11. 2 횡성텃밭공동체 가족들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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