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쓰는 세번째 편지

어제는 이모 덕분에 엄마와 뮤지컬을 보았어. '서른 즈음에'라는 뮤지컬인데 엄마와 아빠의 세대들의 이야기였어.
세상에서 뒤지지 않으려는 발버둥을 치는 49세 현식의 이야기야.
어느날 화장실앞에 높인 대기석, 아빠를 ATM기로 여기는 아들, 갑자기 이혼하자는 아내의 전화를 통해 현식은 최악을 상황을 맞는 것 같지만,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시작하지.

저승 사장의 실수로 죽게 된 현식은 다시 이승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돼. 원하는 시간대로 돌아갈 수 있는 보너스를 받으면서.
(아빠와 엄마는 이때 똑같이 고민을 했어. 언제로 돌아갈까? 내 삶을 다시 선택한다면 언제부터 다시 선택 할 기회를 가질까?)
현식은 29세 현식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해.

(어린 현식은 백형훈이라는 사람인데 팬텀싱어 1기래.산들하고 둘이하는데 산들팬인 아빠는 아쉬웠지.)

97년 대학 졸업을 압둔 현식으로 돌아가. 지금의 현식은 홀어머니를 위해 가수를 포기하고 직장을 들어간 것을 후회했어. 들어가봐야 만년차장에 어느 날 짤리는 신세라는 생각에 말이야.
직장이냐? 음악이냐?
내가 바라는 환상의 사랑이냐? 항상 나의 편이 돼주는 친구같은 사랑이냐?
49세 현식은 직장과 친구같은 사랑을 선택했지만, 29세로 돌아온 현식은 음악과 환상의 사랑을 선택하려고 해. 하지만 결국 49세 현식의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가족이 기다리는 2017년으로 보내달라고 저승사장에게 이야기를 해.
간단히 요약하면 이런 뮤지컬이야.

뮤지컬이 엄마와 아빠에게는 많은 이야기를 해줬어. '지금 너 행복하니?' 라고 묻는 것 같았어.

아빠는 다시돌아간다면 97년으로 돌아가고 싶었어. 졸업을 앞두고 갑자기 불어닥친 IMF는 무서웠지. 주변에 취직은 당연히 어렵고 아르바이트도 없었어. 무엇보다도 열심히 공부하거나 일하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싶은 좌절이 제일 큰 충격이었던 것 같아.
그래서 길게 생각하는 고민없이 먹고 살 수만 있으면 된다는 선택을 했던 것 같아. 분명히 다른 선택들을 하거나 서두르지 않고 고민을 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하지만 후회는 없어. 지금 해복하니까. 부모님 건강하시고, 너희들 잘 자라고 있고, 엄마와도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특히 요즘 일상에서 나를 위한 시간을 선물하고 있어.
1. 매월 용돈 30만원으로 살기
2. 매주 가족빨래를 코인빨래방에서 하면서 카페에서 나만의 시간보내기
3. 매일 '일빵빵'을 들으며 영어공부하기
전혀 일과 관련이 없는 일상, 내가 바꾸지 않으면 지속되는 시간. 회사에서 그만두어도, 하는 일이 바뀌어도 오로지 나로써 할 수 있는 일상을 만들고 있어.
그랬더니 일도 잘되고 나에 대한 쓸모를 누가 평가하게 하지 않게 하고, 지금 하는 일에 대한 평가로 제한하지. 그래서 더 자신감도 생겨.
딸 너도 그런 일상을 만들기를 바래.
아빠는 이래야 되나? 어떤 것이 옳지? 하면서 나를 돌아보지 않은 것 같아.
Posted by 구라다